연휴 저녁,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결심을 뒤늦게 보았다.
현재 극장에서는 내려갔지만 IPTV에 올라왔으니 집에서 편하게 보자
이번 작품은 감독의 전작 아가씨 이후 6년만이라 더 반가웠다.
사전 정보는 없었지만 전작들을 재밌게 본만큼 기대가 컸다.
멜로물을 가장한 추리물
사실 박찬욱 감독이 그동안 작품을 쉰건 아니고 영국으로 넘어가
리틀드러머걸 이라는 BBC 드라마를 찍었다.
그리고 헤어질결심 은 감독의 영국 생활 중에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배경 또한 바닷가이고 안개가 심하게 낀다.
안개는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이며
안개가 주는 우울함, 감성은 분명 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
또, 영화를 보다보면 의외로 멜로보다 추리의 비중이 크다.
복선을 제공하고 증거로부터 형사의 추리가 완성되어 간다.
멜로물을 생각하고 본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여성 관객, 시청자에게는 불호 요소일 수도 있겠다.
셜록 홈즈 , 코난 도일의 고향이 영국인 것을 생각해보면 신기한 우연이다.
그 생각을 하고 보면 박해일이 셜록 홈즈 , 고경표가 왓슨으로 생각된다.
극중 박해일 역시 셜록 홈즈처럼 천재성을 가졌고 무술에 뛰어나다.
또, 셜록홈즈는 바이올린을 잘 켜고 주인공은 요리를 잘하는 의외의 면모를 가진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
영화는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지만 친절하지도 않다.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직접 설명하는게 아니라 Scene 을 통해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지극히 나의 취향이었지만 잘 안들리는 대사에 집중하랴 내용을 이해하랴 정신없을 수도 있다.
또다른 호불호 요소 중 하나는 연극처럼 대사를 주고 받으며 연극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외국인인 탕웨이를 배려하기 위해서이지만 탕웨이가 연극연출을 공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연극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호였지만 동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불호라는 평도 있었다.
박감독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화면전환이나 특유의 개그포인트 역시
식상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호불호 요소때문인지 평은 좋았지만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다만, 감독도 이를 예상하며 영화를 만들었고 오히려 제한된 관람층에 비해서 선방했다.
헤어질결심 , 헤어짐의 순간 시작되는 사랑
그럼에도 헤어질결심은 좋은 영화다.
무엇보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영화내내 주고받는 대화 속에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음성‘이라는 표현이다.
중반쯤 나와 관객들을 궁금하게 하고
마지막에 아~ 하게 만든다.
사랑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헤어질 결심의 주제를 관통하는 명대사도 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극중 탕웨이의 중국어 대사
간접 표현의 미학을 보여주려는 듯
시적이면서도 노래 가사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에서 박해일은 부인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탕웨이와 정서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들의 사랑은 직접적인 대사가 아니라
음성녹음, 시선 등 간접적인 수단으로 전달된다.
감정의 공유자를 원했던 박해일은 심한 불면증이지만
‘동족 ’인 탕웨이를 만나 ‘마침내 ’숨을 쉬고 깊은 잠에 든다.
어찌보면 진부할 수도 있는 정석적인 스토리지만
입체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활기를 불어 넣는다.
탕웨이는 사랑스러운 외모를 지녔지만 감정의 어떤부분이 결여되어 있다.
감독은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호한 탕웨이의 캐릭터를
파란색으로 녹색으로도 보일 수 있는 원피스로 표현한다.
이외에도 비유적인 대사, Scene이 많기때문에
두번 이상 다시보면서 곱씹어볼 만 하다.
헤어질결심 총평
로맨틱한 미스터리 수사물